40대. 마침내 퇴사의 결심을 하다
40대, 마침내 퇴사의 결심을 하다
“정말 그만두는 게 맞을까?” 그 질문을 입안에서 굴리고 또 굴리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향한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지던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되물었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40대의 퇴사는 단순히 ‘회사를 관두는 일’이 아닙니다. 가족의 생계, 자녀의 교육, 노후 준비… 수많은 퍼즐 조각이 엮인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입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더 이상 회사가 나의 삶을 설명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정은 쉽지 않았고,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 학원비가 머릿속을 스치고, 배우자의 눈빛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눌러 담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동료는 말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퇴사라니, 대단한 결심이네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그 말의 속뜻은 ‘왜 지금이냐’는 우려였다는 걸요.
퇴사 직후, 밀려온 현실의 파도
퇴사 후 첫 주, 처음 며칠은 정말 꿈 같았습니다. 평일 낮에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집에 있는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현실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무위’였습니다.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보내던 첫 주가 지나자, 갑자기 시간이 공허해졌습니다. 평생을 누군가의 스케줄에 맞춰 살아왔던 제가, 정작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려 하니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가계부를 열어보니,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아찔하게 느껴졌습니다. 급여가 들어오지 않는 첫 달, 카드값 청구서를 보며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정체성의 혼란’이었습니다. 회사원이 아닌 나는 누구일까? 무직이라는 단어 앞에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는 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퇴사하면 자유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자유는 때때로 막막함과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가족과의 대화, 그리고 감정의 충돌
퇴사는 개인의 결정이었지만, 그 여파는 가족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처음에는 응원하던 아내도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고, 아이들도 미묘하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왜 갑자기 아빠가 매일 집에 있지?' 하는 의문이 그들 마음속에도 있었겠지요.
저녁 식탁에서 “아빠, 언제 다시 회사 가?”라는 아이의 물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퇴사가 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걸요.
아내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불안함과 걱정, 그리고 제 안의 후회까지 모두 털어놨습니다. 그날 밤, 아내가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믿어. 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그냥 보내면 안 돼.”
그 말이 저를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단지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싶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
퇴사 후, 저는 매일 아침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행위는, 내가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처음엔 습관처럼 적다가, 점차 나의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아지니 오히려 나태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할까?’ 하는 유혹은 매일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에 반드시 한 가지 일을 완료하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청소든, 책 한 장을 읽는 일이든 말이죠.
어느 날은 동네 도서관에서 마주친 책 한 권이 제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완전히 자유롭다. 두려워하지 말라.” 그 말이 눈물이 나도록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예전에 미뤄두었던 온라인 강의도 듣기 시작했고, 작은 블로그를 만들어 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댓글 하나가 제 하루를 밝혀주기도 했습니다.
퇴사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퇴사가 끝이 아니라는 말, 퇴사하고 나서야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말, 모두 그때는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퇴사는 새로운 ‘문’ 앞에 선 것뿐이라는 걸요.
처음에는 두렵고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물론 경제적 불안은 여전히 존재하고, 앞날이 마냥 밝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더 이상 월요일 아침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일’로만 규정짓지 않게 되었고,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여유를 배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퇴사를 고민하거나 퇴사 후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감정, 아주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 여러분의 진짜 삶이 시작될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아주 나답게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